밤이다.
야영하는 부대의 모닥불이 하나 둘 꺼져가고 있다.
나의 군대는 전진하는 힘이다. 도시는 화약통처럼 폐쇄된 힘이다.
나의 군대는 성벽 안에 점점 뿌리를 뻗어내리고 있는 중이다. 어둠속에서 내가 지배하려는 도시의 영상을 응시해본다. 시간이라는 한 척의 배처럼, 뜨거운 태양이 지나가면 차가운 밤의 어둠이 도래한다. ...

꿈을 위한 기름진 밤.
밤은 낮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있다. 결과는 낮에 이루어졌던 까닭이다.
그래서 밤에 내가 승리했을 경우, 축배는 낮으로 미루게 된다.
어둠속에 영근포도송이가 수확을 기다리는 밤.
추수가 유예된 밤.
해가 떠야만 인도받을 수 있는 포위된 적들의 밤.

도박이 끝난 밤에 도박꾼들은 잠자러 가고, 상인들도 잠을 잔다.
그러나 그들은 파수꾼에게 명령권을 위임했다.
장군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도 역시 파수꾼에게 명령권을 위임했다.
선장도 잠을 잔다.
그는 1등기관사에게 모든 명령권을 위임했다.
그리하여 1등기관사는 돛대 근처의 오리온좌를 그의 시선이 미치는 곳까지 데려다 놓는다.

명령이 잘 전달되는 밤.
창조가 휴식을 취하는 밤.
그러나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는 밤.
도둑들이 움직이는 밤.
반역자가 성채를 공격하는 밤.
울부짖음이 크게 울리는 밤.
기적의 밤.
사잇잠을 깨는 밤..
그대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여 그 밤을 지키는 등불이다.
씨앗이 잉태되는 밤.
신이 인내하시는 밤.

-Citdelle, Antoine de Saint-Exupery


퇴근길에 밤길이 하도 고요해서 이구절이 생각났다.
시끄러워도 고요할 수 있다. 정말 고요해서 고요하기도 하다. -_-

by iraiza | 2008/04/14 01:20 | ∫ actualities=Diar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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